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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otopia
23年 下半基

 

위쳐 시즌 1 (2019)

0908 Netflix ★4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손이 가질 않다가 왕좌의게임이 주요 ott에서 내려가서 대체품을 찾다가 보게되었다. 야스키에르의 불후의 명곡 위쳐앵벌이송이 큰 역할을 함 ㅎㅎ 왕좌의 게임만큼 캐릭터들과 진영이 다양하진 않지만 헨리카빌의 위쳐가 너무 귀엽고 멋있어서 지루함 없이 끝까지 볼 수 있었다. 1화에 정말 순둥하고 착해서 좋았는데 마을에서 쫓겨나는 사건을 겪고나서 까칠하고 거친 성격이 되어버려서 아쉬웠음 .. 이제 다시없을 순둥시절의 게롤트를 좀더 보고싶은데 ㅜㅜ 그래도 게롤트의 내면은 언제나 선하고 여려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마법사가 존재하고 운명이 실재적인 힘으로 작동하는 생각보다 훨씬 판타지스러운 드라마여서 조금 당황했는데 곧 적응했다. 일단 위쳐 자체가 마법으로 돌연변이가 된 개체를 일컫는 단어이고 게롤트가 사랑에 빠지는 예니퍼는 강한 마법사다. 움짤처럼 가끔 저렇게 눈이 검게 변하고 눈주위가 붉어지는 각성상태가 되는데 정말 인외같은 몇 안되는 순간이라서 좋았다. 돌연변이이기 때문에 눈도 금안이고 심박수도 일반인보다 4배 느리다는 맛도리 설정인데 어떻게 내가 좋아하지 않을수 있겠어. 심지어 몸도 좋고 은발임 ㅎㅎ 거의 완벽하다곡 할 수있다.

반면에 예니퍼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초반에 조금 의문을 가졌다. 원작과의 괴리때문에 시즌3 이후로 헨리카빌이 하차했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서 그랬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단 시즌1 기준으로는 예니퍼의 설정이 꽤 달랐다. 원작에서 마법사는 랜덤하게 불임이 되고 예니퍼는 마법사가 된 이후 게롤트를 만나고 게롤트의 아이를 가지고싶어한다는 설정인데 드라마에선 힘과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의 자궁을 희생했는데 그 이후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가족이라는 유대를 느끼기위해 아이를 가지려고 한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왜 자신이 스스로 자궁을 포기했으면서 그 결정을 번복하는가, 가족이라는 유대는 굳이 스스로 낳아서 만들지 않아도 버려진 아이를 입양한다면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세계관이라면 그런 아이는 세상에 널렸을텐데 하는 의문이 들어서 예니퍼의 행동이 납득되지 않았다. 특히 마법전신성형(...) 할 때 몸에서 자궁을 집게로 떼어내서 불에 던지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자궁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지 못했음. 하지만 전 회차에 걸쳐서 예니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세상에 홀로 던져진 몸이기에 혈연이라는 확실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심리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원작에서는 오로지 게롤트 때문에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던 것에 반해 자기 자신의 의지로 아이를 가지고자 하는 욕망이 좀더 능동적이고 자아실현에 가까워서 긍정적이라고 느껴진다. 용과 만난 후 자궁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의외성의 아이가 있는 게롤트를 질투하는 장면을 보고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예니퍼의 설정은 적절하게 잘 각색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소설과 게임을 먼저 한 원작오타쿠는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요즘시대에 남친의 아이를 가지고싶어서 불임클리닉에 뻔질나게 다니는 여자는 너무 고루하지 않는가.. 불임클리닉 하니 위쳐도 후천적으로 불임이기 때문에 둘이서 불임과 아이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너무나 불임클리닉 동지들 같아서 웃겼다 ㅋㅋㅋㅋ 생각해보면 불임인 성인 둘이 만나 가족을 잃은 아이를 입양하는 이 이야기는 인구과포화 상태인 지구를 살아가는 요즘 시대에 참 시의적절하기 그지없다. 권장할 만한 드라마임. 

세계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요소는 마법학교도 위쳐의 존재도 아닌 '의외성의 법칙(The Law of Surprise)'이다. 의외성의 법칙은 구두계약은 운명에 새겨지고 운명은 그로인해 하나의 움직이는 질서로서 세계에 개입할 수 있다는 특이한 설정이다. 말 그대로 운명이 모든것을 좌지우지하는 세계관인데 참 간편하다 싶으면서도 운명이 이루어지기까지 캐릭터들이 어떤 사건을 겪는지 따라가보면 흥미롭기도 하다. 위쳐 드라마는 특이하게 쓸데없이(?) 과거의 타임라인과 현재의 타임라인을 계속해서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전체적인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 심지어 교차할때 "nn년전"같은 제대로된 표지도 주지 않아서 캐릭터의 생사나 얼굴만 가지고 과거인지 현재인지 알아내야한다. 처음엔 이런 장치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7화에서 1화에서의 낯선 그림자가 사실 게롤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걸 보니까 이 '의외성의 법칙'이라는 개념하나에 집중하기 위해 이런 과감한 편집을 시도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보다는 이해하는데 에너지를 좀더 쏟아야하는 게 사실이라서 시간순으로 요약한 영상이 따로 있다 ㅋㅋㅋㅋ 나는 다행히 이해했기 때문에 이런것까지 챙겨보지 않아도 되지만 이런게 존재할 정도면 대중적으로 흥행하기 어려웠을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제작비에 비해 연출이나 CG퀄리티가 별로라서 나같이 특수한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면 위쳐시리즈의 팬이 되기는 어려울 거다.. 

 

 

 

위쳐를 보기 전부터 웃겨서 기억하고 있던 서프라이즈 자막 합성 움짤 ㅋㅋㅋㅋ 이 장면을 드디어 시즌1에서 확인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 좋은 할아버지여서 감동적이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ㅜㅜ 서프라이즈 생각나서 너무 웃겼음 ㅋㅋㅋㅋㅋㅋ 

그 밖에 예니퍼 배우가 게임과 너무 인상이 다르다거나 하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헨리카빌이 연기하는 시즌3까지 보고나서 여유가 되면 언젠가 소설도 읽어보고 게임도 해보고싶다. 위쳐3이 상도 받은 명작게임이라니까 시간이 없다면 게임만이라도 꼭 해보고 싶음.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