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de
heterotopia
세상을 등지고 사랑을 할 때 - 엘케 하이덴리히

 

 

2021년 11월 27일 | 독서모임 | 도서관대출

 

 

<세상을 등지고 사랑을 나눌 때>는 베를린장벽이 세워진 1961년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당시 독일은 “누구나 냉랭한 얼굴로 점잔을 빼던”, “딸들은 신혼 첫날까지 순결을 지켜야한다고 교육받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런 보수적이고 답답한 냉전시대의 분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프랑카’와 같은 당대 젊은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꿨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68혁명을 이끌어냈다. 68혁명은 실패했으나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현대에도 평등, 성해방, 인권, 생태주의 등의 진보적인 가치들이 사회의 주된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확장하여 ‘아버지’는 은유적으로 우리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큰 질서라고 보았다. ‘프랑카’와 ‘하인리히’는 쿠바사태로 대표되는 냉전이라는 아버지의 이름을 지나 마침내 통일이라는 해방을 맞는다. 비록 그들은 그 동안 사랑에 열중했을 뿐 거리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투신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이름’에서 해방되기까지의 시대적 흐름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필연적이었는지 단적인 예로서 나타난다.

 

만약 이 소설이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그저 섹스를 좋아하는 대학생의 별 영양가 없는 첫경험을 다룬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격동의 시대를 지낸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일지라도 모두 세상과 역사의 일부라는 점을 재인식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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